수학의 실용성?

소통 언어로서의 수학

위에 인용된 글의 문제의식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실용적인 수학” 교육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써봄.


수학의 언어/도구적 활용 방법을 가르치는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수학을 도구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학문은 통계학과 물리학이 있는데, 이 두 학문은 또 다른 수많은 학문들의 기초도구로 쓰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만 알아도 여러 지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점점 더 크고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거나 풀어내야하는 현대사회에서, 문제해결에 가장 중요한 도구를 배우는 일이 중요함은 굳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도구로 쓰이는 수학이 수학 그 자체는 아니다. 통계학만 해도 수학의 분과라기보단 다른 학문분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은 그 자체로 인류의 오랜 지적인 성과를 담아내는 역사깊은 학문이자 철학으로, 굳이 도구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내가 의문인 것은, 왜 꼭 교육에서 수학만 “실용성”이 주요 주제로 언급되냐는 점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다른 지식이나 학문들은 정말 사회 나와서 즉시 써먹을만한 지식들인가? 흔히 기본소양으로 언급되는 문사철은 정말로 수학에 비해서 정말 더 “근본적”인 무엇인가? 막말로 수학 지식 뿐 아니라 문학작품 모르고 철학자 이름 모르고 (현대사를 제외한) 역사 지식 없어도 현대생활을 영위하고 바람직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데 커다란 지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깊은 성찰이 따르지 않는다면, 문사철 뿐아니라 다른 이런저런 지식 좀 늘린다고 딱히 한 인간의 인성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외국어로서 영어야 워낙 도구적 의미가 강하니 좀 제껴둔다 치더라도, 국어만 해도 문법, 맞춤법실력,어휘력 다 부족하면서도 잘만 돈벌고 사는 사람들 부지기수다. 어차피 사람마다 처한 처지나 환경에 따라 어떤 종류의 지식이 필요한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중등교육에서 수학의 실용성이 주요 논쟁 주제가 되는 이유는, 정말로 실용성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다른 지식들과 학습법이 상당히 달라서 학생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반면, 입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난이도와 경쟁압이 주 원인이다. ‘입시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 어려운걸 배우는게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이 관점에서 보면 수학을 팔굽혀펴기로 대체해도 똑같이 발생할 문제다. 심리야 이해하지만, 그것이 수학의 실용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 번지는 것은, 사람들이 “학문 계층”과 교육취지에 대해 오해하고 있어서 생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 본다. 사실, 실용성만을 가장 중요하게 놓고 따진다면 법지식, 회계지식, 운전법, 구급법, 요리법, 요새 같으면 프로그래밍(최근에 프로그래밍을 할줄 아는지에 따라 기대소득이 크게 차이가 난다) 등으로 주요 교육내용을 구성하고 평가하는게 오히려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바람직한 교육 체계라 할 수 있을까? 그 지식이 실용적이든 실용적이지 않든,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체계를 후대에 전달해가는 것도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그리고 수학처럼 오래된 기초학문은 늘 거기에 낄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교육의 밸런스를 맞추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교육 체계”의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그 문제와 학문자체의 의미를 따지는 것은 분리해서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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